「지금 영국을 비롯한 유럽대륙과  남미, 동남아시아, 중국. 몽골 등 인접한 나라에서 구제역이 창궐하여 수십만 마리의 가축들이 살 처분 되고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주님이 그토록 사랑하신 축산인 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일손을 놓은 채 큰 시름에 잠겨있습니다. 지금 이 나라의 농정 공무원들은 매일 밤을 지새며 축산인 들과 더불어 소독을 하면서 기도를 드립니다. 사랑의 주님 그들을 지치지 않게 보호하여주시고 그들이 돌보지 못하는 그들 가족에게 건강과 평안의 은총을 주실 것을 간구하옵니다. 이 땅에 구제역을 방제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어 수 조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지켜 주시옵소서」지난 일요일 서울시내의 한 교회에서 행하여진 대표기도문 중의 일부이다. 이처럼 온 국민이 구제역 감염에 긴장하고 관련 공무원은 밤을 지새며 만일에 있을 비상상황에 대처하며 공직된 자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현장 인원에서 농림부 장관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다보면 때로는 급하여 잘못된 것도 있을 수 있고 때로는 후속조치가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BBC 방송은 매일 구제역상황을 특집으로 편성하여 보도하는데 이에 의하면 한 달이 안되어 280여건 발생에 약 180,000여 머리의 살 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3월은 습도와 온도가 구제역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적합하여 1967년도 동일한 폭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시군을 순방하며 대화를 나누어보면 왜 이렇게 사고가 경직되어있는지 무척이나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소외되는 지역이 없도록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방제단을 편성하여 공동방역을 하도록 조치하였는데 일부에서는 여전히 농가에 소독약을 나누어주고 있다. 또 소독약 선정기준이 성분함량이나 희석배수에 의한 경제성 분석보다는 단순히 단가가 싼 것만 고집하여 더욱 많은 비용을 소모하고도 소독효과를 절하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 수의과학검역원 홈페이지에 등재된 소독약 사용지침의 사용농도나 사용지침은 안중에도 없이 초기 자료만으로 잘못대응하기도 한다.  

이제 와서 무엇을 비평하거나 무엇을 고치자는 주장이 아니다. 누가 잘못한다는 것은 더욱 아니다. 또 한번 시간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덮고 넘어가게 될 것이다. 전국을 하나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단 하나 주인의식만이라도 이제는 분명하게 하였으면 한다.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자 농장의 주인이고 구제역 방지를 위한 기획자이자 행위자라는 자의식(自意識)을 분명하게 갖자. 그러면 자신의 행동들에 많은 변화를 감지하고 불만스러움이 훨씬 감소할 것이다. 노력하는 자는 그 노력의 대가를 받게 될 것이며 자신을 내 던지고 진력을 다한 자는  구제역이 청정화되어 웃는 날 보다 크고 자긍심에 찬 보람있는 웃음을 띠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2000년 3월 16일